병원은 전부 다른데 문제 되는 광고의 문장은 이상할 정도로 비슷합니다.
“국내 최고”
“이번 달 한정 할인”
“직접 받아보니 정말 만족했습니다.”
진료과도 다르고, 원장님도 다르고, 진료 방식도 다른데 말입니다.
2024년 보건복지부와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가 온라인 의료광고를 집중 모니터링한 결과, 위법성이 뚜렷하거나 위법 정황이 상당한 광고 366건이 지자체 조치 대상으로 분류됐습니다.
주요 유형은 자발적인 후기를 가장한 치료경험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비급여 할인 광고, 거짓 또는 객관적 사실을 과장한 광고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제 되는 문장 대부분은 다른 병원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병원 이름을 바꿔도 성립하는 말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피부과에도 붙일 수 있고 정형외과에도 붙일 수 있습니다.
“이번 달 특별 이벤트.”
병원 이름만 바꾸면 어디에든 들어갑니다.
후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받고 나서 정말 만족했습니다.”
어느 병원의 글인지 가려 놓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문장이 많습니다.
쉽게 가져다 쓸 수 있으니까 많이 쓰이고, 많이 쓰이다 보니 점점 더 강한 표현을 찾게 됩니다.
최고, 최초, 특별, 파격, 만족, 추천.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의료광고 규정과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현행 의료법은 치료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치료경험담, 거짓 내용, 비교광고, 객관적 사실의 과장,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비급여 할인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문장을 세게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을 뒷받침할 병원의 사실이 없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최고”보다 “초진에 30분”이 더 강한 이유
반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최고의 진료를 합니다.”
이 문장을 쓰는 순간 ‘무엇과 비교해서 최고인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이 그렇다는 전제에서
“초진 상담에 평균 30분을 배정합니다.”
라고 적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최신 장비를 갖췄습니다.”
보다
“2026년 ○○ 장비를 도입했습니다.”
가 더 구체적입니다.
“꼼꼼하게 진료합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
초진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순서로 설명하는지를 보여주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표현이라고 해서 의료광고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광고 내용은 사실이어야 하고, 게시 매체에 따라 사전심의 대상 여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근거 없는 최상급 표현보다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병원의 사실이 훨씬 강합니다.
“최고”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시간, 상담 방식, 운영 과정, 원장님이 중요하게 보는 진료의 순서는 그 병원에서 확인해야만 쓸 수 있습니다.
규정을 피하려고 약하게 쓰는 게 아닙니다.
원래 이쪽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의료광고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
그래서 의료광고 문제를 문장 몇 개의 문제로만 보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최고”를 지우고,
“만족”을 지우고,
“할인” 표현을 고친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병원이 무엇을 다르게 하는지,
어떤 환자에게 어떤 설명을 하는지,
원장님은 진료할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지,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이게 정리돼 있지 않으면 다음 콘텐츠를 만들 때 다시 익숙한 문장으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2024년 보건복지부 모니터링에서는 366건의 불법 의료광고에서 총 506개의 의료법 위반 소지가 확인됐습니다. 하나의 광고가 여러 조항과 동시에 관련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 콘텐츠를 볼 때 문장 하나만 고치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글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한 번 만들어 놓은 잘못된 형식은 다음 글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게시한 글도 봐야 합니다.
지난달에 작성한 블로그 글은 새 글을 올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검색되고 있다면 지금도 환자가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 기존 콘텐츠를 다시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 블로그는 작아서 괜찮다”는 오해
여기서 채널에 관한 질문도 자주 나옵니다.
“블로그 방문자가 많지 않은데도 의료광고 심의를 받아야 하나요?”
의료법 시행령은 사전심의 대상 인터넷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정할 때, 해당 병원 계정의 팔로워 수가 아니라 매체를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이용자 규모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인터넷 매체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회관계망서비스가 대상입니다.
따라서
“우리 블로그 방문자가 30명밖에 안 됩니다.”
라는 사실만으로 사전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반대로 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자체 홈페이지라고 해서 의료광고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사전심의 대상 매체인지와 의료법상 허용되는 광고 내용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의료법은 인터넷 등을 통해 의료기관과 의료행위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행위를 의료광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규정을 지키기 전에, 우리 병원이 할 말을 정해야 합니다
의료광고 규정을 지키는 방법을 문구 검열에서만 찾으면 계속 어려워집니다.
이 표현은 되고,
저 표현은 안 되고,
이 단어는 위험하고.
매번 문장을 만든 다음에 뒤에서 지우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먼저 병원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환자가 알아야 할 사실을 고릅니다.
그다음에 의료광고 규정과 게시 매체의 심의 기준을 확인합니다.
그러면 굳이 다른 병원의 문장을 가져올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을 검색 화면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료실에 있고,
데스크에 있고,
상담 과정에 있고,
환자가 기다리는 대기실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글부터 쓰지 않습니다. 먼저 병원에 갑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자발적 후기 가장 치료경험담 등 불법 의료광고 366건 적발」, 2024. 03. 11.